처음엔 시대적 배경부터 좋아하는 장르라서 더 끌렸는데 특히 트로트를 즐겨 듣기 시작하면서 국악에도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파 배우 김태리가 직접 소리를 한다? 매주 본방 사수는 물론 노래하는 장면만 따로 챙겨보면서 푹 빠져들고 말았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 하나 없는 만족스러운 드라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 이유에 앞서 우선 정년이 드라마의 줄거리부터 소개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드라마 정년이 인물 중심 줄거리 요약
1950년대,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경성. 목포에서 자란 소녀 윤정년은 가난하지만 타고난 목소리와 끈질긴 열정을 무기 삼아 상경한다. 그녀가 발을 들인 곳은 여성 배우들로만 구성된 매란국극단. 화려한 무대 뒤에는 치열한 경쟁과 끝없는 연습, 그리고 시대의 편견이 도사리고 있었다.
정년은 국극의 세계에서 실력과 매력을 모두 갖춘 연구생 허영서, 단단한 리더십의 단장 강소복, 매혹적인 남장 배우 문옥경 등 다양한 인물들과 부딪히고 협력하며 성장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의 주연 배우 서혜랑과의 미묘한 신경전, 동료 홍주란과의 라이벌 구도도 피할 수 없다.
가족사 역시 그녀를 흔든다. 어머니 서용례는 한때 무대 위에서 소리를 울리던 인물이지만, 정년이 같은 길을 걷는 것을 마냥 반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년은 국극 무대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을 울리고자 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이런 정년의 여정을 통해 청춘의 도전, 예술가의 성장, 그리고 여성들의 연대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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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드라마의 배경과 분위기 |
이렇게 줄거리만 훑어봐도 굉장히 탄탄한 구성과 인물 간의 대립에서 오는 감정 연기가 기대되는 작품인데요, 주인공인 정년이 역을 맡은 김태리 씨가 이렇게 인터뷰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감자가 사람이 되는 이야기다."
여담이지만, 저는 드라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밭에 있던 감자가 신비한 힘을 얻어서 사람이 되어 노래를 부르는 판타지 장르로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정년이 드라마 속 캐릭터와 개인적인 감상평
우선 드라마에서 가장 많은 시련을 겪으며 힘들지만 끝까지 자신의 꿈을 펼쳐낸 주인공 정년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사실 처음엔 정년이 캐릭터를 보면서 배우 안문숙 씨가 굉장히 많이 겹쳐 보이더라고요. 이것 역시 저만의 시선일 수 있지만, 커트 머리에 털털한 성격과 더불어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까지 합쳐지면서 꽤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처음엔 괜히 배우가 실제로 소리를 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엄청난 연습의 결과로 수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어서 나중에는 드라마 줄거리보다 노래하는 장면만 기다리며 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출연 배우들의 노래와 춤에 대해서는 따로 지적할 부분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정년이 드라마 초반에 살짝 논란 아닌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정년이 캐릭터가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면서 국극단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이 민폐 캐릭터로 지적을 받기도 했어요. 천방지축 모습은 요즘 시대의 금쪽이를 연상시키며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많았답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정년이는 천재적인 재능 때문에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절대 미워할 수 만은 없는 캐릭터이기도 해요. 의리도 있고, 친구를 생각하는 속 깊은 마음은 진짜 정년이의 모습이니까요.
그리고 이미지가 다른 듯 비슷하게 느껴지는 아가씨 영화 속의 김태리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저도 사실 그 영화를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실테지만 아가씨 속 숙희를 참고해서 정년이 캐릭터가 탄생했다고 하니, 정년이는 김태리와 가장 가까운 역할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드라마 덕분에 아가씨 영화도 다시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후문입니다.
정년이와 마지막까지 대립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허영서는 솔직히 더 못된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주인공의 라이벌이면서 측은한 면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허영서를 연기한 신예은을 다시 보게 된 계기라고 할까요? 배역에 정말 잘 어울릴 뿐더러 자신의 한계를 알면서 도전하는 영서의 모습이 굉장히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마지막에 쌍탑전설 배역을 두고 한 손에 끌을 쥐고 아사달 노래를 부를 때 저는 개인적으로 영서 노래에 한 표를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정년이와 허영서 사이에서 마치 삼각 관계를 이루듯이 존재감을 드러냈던 홍주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도대체 정체가 뭔가 싶기도 했던 캐릭터인데요, 정년이와는 우정을 넘어 아슬아슬하고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굉장히 여성스럽고 조신한 듯 하면서도 다부진 면도 있어서 여자 주인공 배역에 겁없이 도전하기도 합니다. 사실 실제라면 이런 애들이 가장 무섭지 않나요? 조용하면서 은근히 센 애들이 꼭 있어요. 하지만 홍주란이 자신의 미래보다는 집안 사정을 위해 꿈을 포기할 때는 이해를 하면서도 짜증이 나기도 하더라고요. 그만큼 몰입하면서 본 장면이랍니다.
정년이 드라마의 등장 인물 중 가장 큰 관심과 화제를 모았던 건 아무래도 매란국극단의 왕자님 문옥경이 아닐까 싶은데요, 처음엔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찰떡 캐스팅이었다니!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정은채 배우는 원래 청순한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짧은 헤어스타일에 남성적인 이미지로 연기를 하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이더라고요.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더니 이런 의미였을까요? 정은채는 안보이고 그냥 문옥경 그 자체로 느껴져서 같은 여자이면서도 문옥경을 보면서 설레하는 여성 단원들의 심정이 잘 전달되는 듯 했습니다. 문옥경이 정년이를 발굴해내면서 자신을 뛰어넘을 거라는 안목이 있었죠. 문옥경과 정년이의 러브 라인을 기대했던 건 제가 안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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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가 그린 정년이 포스터 이미지 |
이외에도 문옥경과 서혜랑의 감정 연기도 이 드라마의 몰입을 극대화시켰고, 강소복과 서용례의 과거에서 이어져 온 스토리도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서용례가 자신과 같은 운명을 타고 난 정년이 옆에서 부러진 목 일명 떡목으로 노래를 부를 때 함께 눈물 흘린 분들이 그렇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연기를 잘 하는 분들이라고 하지만 목소리가 안 나오는 상태로 힘겹게 소리를 내는 것 까지 연기가 가능하다니 너무 놀랍지 않나요?
사실 지금도 명장면이 하나하나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인상깊고 재미있게 본 드라마여서 다시 정주행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하도 난리여서 늦게나마 드라마를 봤더니 정년이 캐릭터의 오버스러운 연기가 오글거린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이미 웹툰을 먼저 접하신 분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더 많았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와 국극에 대한 이해와 노력 덕분에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고 평하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드라마 정년이를 높은 평점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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