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대부분 80대의 김혜자와 40대의 손석구가 부부로 나온다는 설정 때문에 흥미를 느끼며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가, 드라마 속에서 풀고자 하는 내용으로 인해 여러가지 논란이 뜨거웠던 드라마로 기억이 됩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볼거리도 풍성했고 여러 인간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드라마였지만, 왜 천국만큼 아름다운 드라마로 남지 못했는지 주관적인 관점에서 리뷰를 남겨볼까 합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전체 줄거리 요약
남편의 병환으로 하루아침에 가장이 되면서 강인한 백전노장으로 성장한 해숙은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다. 천국에서 먼저 간 남편과의 아름다운 재회를 꿈꿨지만, 기다리고 있던 남편 낙준은 팔팔한 젊은 모습으로 그녀를 맞이한다.
낙준은 천국과 지상을 오가며 소원편지를 배달하는 일을 하며 여전히 해숙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사랑은 과거 해숙이 남편 대신 집안을 지켰던 노력과 강인함을 이해하는 깊은 감정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팔순의 몸으로 천국에 도착한 해숙은 그 젊은 남편과 함께하는 순간들이 낯설고 버거우며 냉소적인 태도로 천국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천국에서 해숙은 정체불명의 여성 솜이를 만나게 된다. 솜이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채 해숙과 낙준 앞에 나타나 낙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해숙의 질투와 분노를 유발한다. 해숙은 처음 솜이를 영애라고 오해하지만, 결국 솜이는 영애와 의자매 같은 관계를 맺으며 천국에서 복잡한 인간관계를 이어간다. 영애는 해숙의 양녀로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에서 해숙에게 도움을 받고 성장한 인물이며 해숙과의 끈끈한 인연 속에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해숙은 천국에서 과거의 인연들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낙준과의 관계 속에서 사랑과 갈등을 경험한다. 솜이와 영애의 존재는 해숙에게 인간관계의 다양한 연결에 대해 다시금 느끼게 하고, 시청자에게도 삶과 죽음, 사랑과 인연의 의미를 동시에 생각하게 만든다. 천국에서의 생활은 현실의 고단함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속에서 해숙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조하며 삶과 죽음을 초월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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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천국의 모습을 상상하시나요? |
이 드라마는 굉장히 많은 반전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은 배제한 줄거리 요약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하고 난 뒤에는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한 만큼 다양한 리뷰를 통해 내가 해석한 관점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를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더라고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등장인물의 관계 - 모두가 인연?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천국만큼 아름다운 노년의 사랑을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사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전생과 현생에서 굉장히 복잡한 인연으로 서로 얽혀 있답니다. 그래서 서로의 인연이 뒤늦게 밝혀질 때 마다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이 드라마에서 말하고자 했던 부분이 인간 관계에 대한 본질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이해숙이 천국에서 만나는 인물마다 실제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가 되는데요, 천국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나이로 살아갈 수 있다는 설정 때문입니다. 현재 시점의 모습과는 다르기 때문에 소냐는 누굴까, 솜이는 누굴까 하는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이 부분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지면서 추측성 영상과 글들이 쏟아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솜이가 영애냐, 시어머니냐, 아니면 혹시 개가 아닌가 의견까지 있었는데 정작 실체가 밝혀지고 나서는 약간의 찝찝함이 남기도 하더라고요.
이해숙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남편인 고낙준은 물론 양녀로 함께 살았던 영애와 천국에서 만난 젊은 목사님까지 모든 주변 인물들이 이해숙의 인생과 깊게 맞닿아 있었는데요, 단순한 인간 관계가 아니라 전생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었기 때문에 더 복잡한 감정을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목사의 경우 그냥 아무런 의심 없이 이해숙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드는 귀여운 목사로만 생각했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설마 아들일까? 해숙은 자식이 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하면서 더 몰입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해숙이 교회를 찾아 가게 된 것 또한 모두 인연의 이끌림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 드라마에서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종교적으로 해석하는데 중점을 두기도 합니다.
내가 힘든 건 다 내 업보인 걸까?
천국지원센터장과 염라의 역할을 천호진 배우가 동시에 연기했던 이유에 대해서 저의 해석으로는 한 사람이 선한 얼굴과 악한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나란 사람이 누구에게는 한없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원수보다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 드라마가 논란에 가장 크게 휩싸였던 이유는 천국에서 보여주는 전생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해숙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시어머니처럼 나를 힘들게 괴롭히는 사람도 있고, 영애처럼 괜히 마음이 쓰이고 보살펴주고 싶은 사람도 있어요. 이들 모두 전생에서 이어져 온 인연이 있었고요.
드라마에서 인물의 관계를 통해 불교적 관점에서 말하는 업보라는 것에 대해 풀어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희 부모님이 불교이기 때문에 업보에 관해서는 자주 이야기를 들어서 낯선 개념은 아니었어요. 현재 내가 힘들고 괴롭다면 전생의 업을 돌려 받는 것이다? 업보란 내가 행동한 대로 결과를 받는다는 건데 대부분 '결국은 다 내 잘못이다'라는 뜻으로 해석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업보를 설명하기 위해 인물의 관계 설정에서 조금 무리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영애가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상처가 있는데 전생에는 둘이 부부였다는 설정과 영애가 남의 가정을 뺏고 자식도 스스로 키우지 않은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전생에 잘 못을 해서 학대를 당했다고 인과관계가 정리되면 해석하기에 따라 학대에 대한 정당화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현재 잘 못한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하는데 과거에 대한 업으로 결론을 내기엔 부적절한 측면도 있으니까요.
사실 여기서 진짜 이야기하고자 했던 부분은 '무조건 다 내 업보니까 남 탓하지 말아라' 하는 이야기보다는 대부분의 모든 인간 관계는 서로 우연히 가볍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인연에 의해 얽혀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해석을 덧붙입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건 뭘까?
이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데요, 처음엔 김혜자와 손석구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기력 덕분에 몰입과 납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두 사람이 부부였는데 모습만 바뀌었을 뿐이고 서로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면서 설렘을 유발하기도 했으니까요.
솔직히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입장에서 시청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회차에서 개와 사람의 관계를 다루어서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반대로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은 공감하며 눈물을 쏟아내며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자주 등장했던 장면이 해숙과 목사의 먹방인데요, 요리를 하는 과정 하나하나를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보여주면서 이 드라마의 장르가 요리 프로그램인가? 개 드라마인가? 이런 식으로 농담이 오고 가기도 했어요.
천국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결론적으로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이런 의문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천국보다 아름다운 건 결국 뭘 뜻하는 걸까?
천국이라는 장소가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전생을 이어 온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 결국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러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을 내리자면 인연을 소중히 하자!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인연에 대해 강조한 것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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